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내가 난다.
열난 기계들이 길을 끓이면서
질주하는 여름밤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새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 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변기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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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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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은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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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염세주의자인데

지독하게 겁도 많은데

광장행 버스를 타겠다
방석 대신 소설이 빼곡한 신문지를 아스팔트 위에 깔고 앉아서

세상 바닥이야 으레 차가웠으니

그러려니 하겠다
요구하겠다

듣든 말든

미치도록 하고 싶던 말을
물론, 소리치기에 앞서 살아만 있던 입은 오늘부로 죽이고

성층권에서만 배회하던 머리도 뚝, 떼어 버리고
주먹을 쥐고서

고개를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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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젓다
노를 놓쳐 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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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서
오늘 하루 번 것을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있다

소주 마시는
두 젊은이
벌써 지아비이고 아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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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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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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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퇴화된 맹수이다
개도 퇴화된 맹수이다
나도 퇴화된 맹수이다

원시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다
우리들의 오늘
잔꾀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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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건대
매순간 나는 묻혀버렸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무덤이다

그런 것을 여기 나 있다고 뻐겨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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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미워한다
책 읽는 놈들을 미워한다
이런 놈들로
정신이 죽어버렸다

밥그릇들 포개어진 식당같이 빈 돼지우리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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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도끼에 쪼개어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 뿌린다

서로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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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에 가서
너희들의 자본주의를 보아라
너희들의 사회주의를 보아라
주린 아이들의 눈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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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노래하고 말한다
새는 새소리로 노래하고
바위는 침묵으로 말한다
나는 무엇으로 노래하고 무엇으로 말하는가

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무슨 잠꼬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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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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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언덕빼기
진눈깨비 맞고 오는 남정네였다
개가 달려나간다

개 꼬리 좀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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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는 석탄보다 그리움이 훨씬 더 많이 묻혀 있다
55년 전
50년 전 흩어진 피붙이들이
무쇠 같은 휴전선 두고
그 남에서
그 북에서 그리움이 직업이였다

그리하여 삼면이 그리움투성이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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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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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엎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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