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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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엎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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